크리스티드게코 첫 산란, 당황했지만 잊지 못할 경험

2025. 8. 7. 20:16반려동물(장수풍뎅이,도마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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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는 바로 ‘크레스티드게코 첫 산란’이 그런 순간이었다. 사육 초보자였던 나는 단순히 귀엽고 조용한 파충류가 좋아서 도마뱀을 입양했을 뿐, 알을 낳는다는 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나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평소처럼 도마뱀을 관찰하던 중, 평소와는 다르게 바닥재를 파헤치며 여기저기 배회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먹이도 평소보다 덜 먹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듯한 불안한 움직임. 처음에는 단순한 산책이거나 기분 변화겠거니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산란 징후’였다. 당시엔 산란통도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던 며칠 후, 바닥재 위에 무언가 하얀 타원형의 물체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누가 봐도 ‘알’이었다. 그것도 완벽한 형태의! 크레가 알을 낳은 것이다.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부화 통도, 매체도, 준비된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알을 조심스럽게 옮기면서 가장 먼저 신경 쓴 것은 “회전시키지 말 것.”
도마뱀 알은 위아래가 고정돼 있어 회전하면 배아가 손상돼 부화하지 못할 수 있다. 다행히도 알은 껍질이 단단하고 형태도 양호했다. 빠르게 작은 밀폐통에 스팽크모스를 넣고, 임시 부화통을 만들어 알을 옮겼다. 온도는 26~28도, 습도는 약 75%로 맞췄다.

당시엔 이 알이 유정란인지 무정란인지도 몰랐다. 단독 사육 중이었기에 무정란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혹시나 해서 5일 후 캔들링을 해보았다. 무정란이 였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것은, 크레스티드게코는 단순히 귀여운 반려동물 그 이상의 존재라는 점이다.
그들의 생명 주기를 직접 목격하고, 생명의 시작을 돌보는 과정은 정말 벅차고 감동적인 경험이다. 물론 준비 없이 맞이한 산란은 다소 당황스럽고 조급하게 만들 수 있지만, 차근차근 배워가며 대응해 나가면 누구나 부화까지 무사히 해낼 수 있다.

크레가 첫 알을 낳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 이후로 나는 부화통을 상시 준비해두고, 산란통도 미리 세팅해놓는다. 산란 주기에 맞춰 체크리스트도 만들었고, 현재는 알 관리도 조금은 여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부화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크레스티드게코의 산란은 초보 사육자에게 큰 도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값진 경험이며, 파충류 사육의 매력을 한층 깊게 느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여러분의 크레가 갑자기 알을 낳았다면, 당황하지 말고 하나씩 준비해보자. 생명의 시작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그리고 경이롭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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